'헌금통 모자' 쓴 아이
어릴 적 시골교회는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와도 같았다. 교회에 가면 뭐든게 제공되었다. 그 당시엔 교회가 키즈카페나 다름없었다. ⠀ 놀이터와도 같이 보이던 안전지대에도 나름의 금기사항이 있단 사실을 어린 꼬맹이들은 몰랐다. 특히, 내가 그 주범이었다. ⠀ 강대상에 올라갔다가, 강대상 종 세게 내리쳤다가, 헌금통 뒤집어썼다가, 성가복 마구 꺼내 입었다가, 찬양 궤도 넘기다 그만 찟었다가, 할아버지 장로님들께 혼쭐이 났던 강렬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에서야 웃고 넘길 수 있지만 그 당시엔 꽤나 겁을 먹었다. 교회가 더이상 놀이터로 보이진 않았다. 지난 주 금요기도회에서 헌금통 모자를 눌러쓴 힙한 아들을 목격했다. 난 본능적으로 기도를 잠시 멈추고선 폰카를 들었다. 그리고는 이 사진을 담았다. 얼굴에 함..
예깊생 글쓰기
2022. 10. 24. 1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