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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가족여행이 건넨 7가지 선물

일기노트

by 예깊생人 2023. 1. 1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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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기도응답(잃은 캐리어 찾기)
하노이 공항에 무사히 도착해서 짐을 찾는데, 아뿔싸! 캐리어가 바꼈다. 다른 사람이 우리 짐을 들고가 버린 것이다. 분실물 센터에 가서 되도 않는 영어와 벳남어를 뒤섞어가며 도움을 구했다. 젊은 담당자분이 30분째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길래 아무래도 쉽진 않겠다 싶은 불안함이 엄습해오던 순간, 내 입에서 “우리 다같이 기도하자.“는 말이 툭 튀어 나왔다. 기다림에 지쳐하던 서진이가 이 말을 듣더니 고사리 같은 손을 모으고 딱 5초간 기도했다. “예수님, 우리 캐리어 돌아오게 해주세요.” 기도가 끝나고 10분 즈음 후에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 한국 분이셔서 소통에도 별 어려움이 없었다. 30분 정도 더 기다린 끝에 캐리어를 찾았고, 가디리던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로 가는 차 안에서 하나님께 속으로 감사기도를 드렸다. 서진이의 기도에 응답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어린아이의 초간단 5초 기도를 완벽하게 응답해주신 하나님의 선물에 울컥했다.

2.선교사님 부부와의 재회
12년째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선교사님 부부와 만나 로컬맛집에서 밥 먹고 숙소에서 그간의 삶을 나누며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치 단기선교를 와있는 듯한 감동이 머무는, 은혜의 추억들이 재현되는 자리였다.
헤어지기 전에 선교사님이 애정하는 맛다시와 홍삼 엑기스를 선물해드렸다. 그리고 선물 가방에다가 몰래 돈봉투까지 넣어드렸다. 댁에 도착하신 후 카톡을 보내오셨는데, 오늘 오전에 한국 돈으로 제자 가정을 섬겨야할 일이 있었는데, 우리가 건넨 재정이 그 액수의 딱 2배였다고 하시면서 하나님의 선하심에 울컥하셨다고. 누군가를 위해 섬기면,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섬김을 받게 되는 은혜의 선순환을 실감했다. 선교사님과의 식탁 교제와 숙소에서의 나눔과 기도, 주고 받은 선물과 그 속에 담긴 메시지들까지, 이 모든 게 하나님의 축복이자 선물이었다.

3.6년 만에 만난 베트남 친구 ‘닷’
6년 전 단기선교를 통해 만났던 베트남 친구 ‘닷’을 만났다. 인스타 디엠으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지내왔는데, 하노이에서 얼굴을 볼 줄이야. 닷은 나를 형님으로 부르며 격하게 반겨주었다. 처음엔 유명한 현지 카페로 데려가더니 에그커피를 사주고, 다음으론 오토바이를 태워 좁디 좁은 골목길로 데려가더니 로컬 간식을 사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오토바이를 태워 숙소까지 데려다주었다. 배도 불렀지만, 마음도 부요했다. 헤어지기 전 닷에게 짧게나마 복음을 나누었다. 닷은 고맙다며 나를 꼭 안아주었다. 소중한 친구와의 선물 같은 만남에 감사했다.

4.특유의 정서가 깃든 풍경과 생기 넘치는 사람들
하노이-다낭-호이안으로 이어지는 여행 경로를 따라가면서, 베트남 특유의 정서가 담긴 풍경들이 인상 깊었다. 복잡하지만 무질서 속의 질서가 숨어 있는 도로, 청소가 덜 된 가게들, 시도때도 없이 삑삑거리는 차와 오토바이들, ...그리고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상인들과 택시기사님들, 박항서 매직을 기대하며 곳곳마다 축구 응원에 나선 거리의 젊은이들까지... 풍경과 사람들의 일상, 그 속에 깃든 생기와 활기가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이었다.

5.깊어진 가족애
아내와 아들, 그리고 뱃 속의 자두까지, 네 식구가 하루 종일 붙어 다니다보니, 티격태격하기도 했지만 서로를 더 돌아보고 이해하며 품게 되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서진이는 눈에 띌 정도로 정서적 안정감을 되찾았고, 아내와 나 사이에도 꼬였던 실타래가 풀리며 신뢰와 친밀감이 깊어지는 시간이었다.
특히,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며 실행으로 옮기는 아내의 디테일과 프로 정신, 위기 대처 능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내겐 없는 지혜와 능력이 부럽기도 했고, 이런 사람이 내 아내인 게 그저 사랑스럽고 자랑스러웠다.

6.쉼이 가져다준 위로와 용기
아내는 지난 10년 간 쉴 새 없이 일과 육아를 병행해왔다. 더욱이 올 4월 초에 출산을 앞두고 있다. 쉼호흡이 절실했다. 이번 여행은 그 누구보다 아내를 위한 힐링타임이었다.
나는 2023년 1월 1일부로 간사를 사직하고서 다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내게도 지난 시간들을 감사로 정리하며 낯선 여정을 내딛기 위한 용기가 필요했다. 막연한 불안에 젖어있던 내 마음 한 구석에 평안과 소망이 밀려드는 시간이었다.

7.선교여행의 꿈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하나님께 이런 고백을 했다. “이 나라를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그러면서 한 가지 다짐한 게 있다. 매년 최소 한 번씩은 선교여행을 다니겠노라고. 보내시는 곳에서 기도를 심고 복음을 전하는 천국 나그네(nomad)로 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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